이소라 - 그대와 춤을

생각 : 펼치다 2019. 3. 23. 13:54

이소라-그대와 춤을

​분홍색 뺨 사랑에 물든 얼굴로
그대 앞에 서 있어 나를 감출 수 없어
첫눈에 날 반하게 했던 미소로
그댄 웃고 서 있어 나는 놓칠 수 없어
더 늦기 전 그대와 춤을 난 춤을 출까봐
그럴까봐

깊은 밤 하늘 달빛으로 우릴 비춰주네
휘황하게
춤을 추며 그대 손을 잡고 나를 안아주네
황홀하게

떨리는 마음 두근거림 오~ 난 그댈 원하고 있어
이젠 멈출 수 없어
빠져들듯 까만 두눈 그대는 달아오르고 있어
나는 알 수가 있어
더 늦기 전 그대와 춤을 난 춤을 출까봐
그럴까봐

떨리는 마음 두근거림으로 난 그댈 원하고 사랑해
그대와 춤을 그대는 춤을 추며 나를 안아주네
황홀하게 바라보네 부드럽게 kiss..



작곡:김현철 작사:이소라
편곡:김현철,조규찬,이승환


​​이소라 목소리는 슬픔이 스며들어 있다.
밝은 노래도 묘하게 슬픔이 함께 들어있다.
그 슬픔은 처연함이 아니다.
슬픔을 감싸는 따뜻함이 같이 있다.
그런 목소리와 곡이 너무 잘 어울린다.
달빛, 밤 공기 안에 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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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책] 어느 가족과 고레에다히로카즈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Originality 탐구생활 2018. 8. 7. 02:16

<어느 가족>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2018



400자 쓰기의 목적은 '본 것'과 '느낀 것'의 기록 입니다.

고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소개가 되기엔 정보 부족으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 누군가는 이렇게 영화를 보았구나' 정도의 참고 정도는 될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 400자로 담지 못한 내용 풀어쓰기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에세이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신기하게도 교육 방송으로서 냉정하게 봄반을 묘사하자고 거듭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정성이 파고들 틈은 곳곳에 있었습니다. 여하튼 찍는 사람이 저이니 찍힌 화면이 전부 제 시선과 겹쳐져서 '카메라 앵글이나 구도는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또 하나의 교육: 이나 초등학교 봄반의 기록> 챕터 중 - 


가해자의 가족. 그들은 흰색과 검은색 둘 다 지니고 있는 이중성을 띱니다. 즉 가해자성과 피해자성을 모두 가지고 있지요. 감정이입이 잘 안되는 이런 대상은 텔레비전에서 배제됩니다. 
<희지도 검지도 않은> 챕터 중 - 


같이 있는 시간을 만들면 아이들 각자의 취향을 점점 알게 됩니다. 평소에 어떤 옷을 입는지, 어떤 식으로 밥을 먹는지, 그런 요소 하나하나를 각본에 반영했습니다. 촬영용 카메라가 언제나 거기 있다는 데 익숙해지도록 이때부터 이미 16밀리 카메라를 방에 설치해 두었습니다. 
아파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대사가 아닌 액션(행동)을 겹겹이 쌓아 그리고자 했습니다. 연기적 테크닉을 발휘하는 것보다 고개를 조금 숙인 표정으로 보는 사람의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편이 좋았습니다. 

#연기디렉션 장남 유야가 드라마 연속극에서 대본을 외우는 걸 경험하고는, 말에 감정을 실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보통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그것을 배제하기 위해 특히 유야에게는 준비를 시키지 않고 연습 없이 곧바로 촬영했습니다. 
- <아무도 모른다> 챕터 중 -


제게는 ‘이것이 홈드라마’라는 기준이 있습니다. 
가족이니까 서로 이해할 수 있다거나 가족이니까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를테면 ‘가족이니까 들키기 싫다’거나 ‘가족이니까 모른다’ 같은 경우가 실제 생활에서는 압도적으로 많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둘도 없이 소중하지만 성가시다’ 홈드라마는 이러한 양면을 그리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p226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이라는 에세이를 보고 난 이후에 만나는 작품이라 그런지 에세이에서의 고에레다 감독의 시선이나 생각이 겹쳐지는 장면이 몇몇 있었다. 양면성, 그리고 가족은 고 감독의 작품에 꾸준히 적용되는 테마인 것 같다.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 다면적인 모습이 단지 '영화속의 캐릭터'가 아닌 실제 존재하는 인물 처럼 느껴지게 한다.


 인상적인 장면과 대사들 


- 아키가 린에게  "린은 갈색머리네. 염색 안해도 되겠네." 

고감독은 관찰이 주특기인 것 같다. 연기자의 특성을 캐릭터로 종종 가져온다. 우리가 현실에서 쓰는 지나가는 말들을 잘 포착하는 것 같다. 



글쎄요... 뭐라고 불렀을까요?


조사관의 물음에 노부요의 대답.. 
명확한 유괴이지만, 아이에게는 더 도움이 되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대답으로 자신의 생각이 불투명해진 것 처럼 느껴졌을까? 내 욕심일 수 있었다고 생각했을까? 그 모든 생각을 ...으로 표현한 것 같다. 
나는 정말 처음 보는 이 배우를 사랑하기로 했다. '연기'라는 단어를 붙이는 게 실례인 거 같다.



아빠는 아저씨로 돌아갈게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족은 무엇이다, 라는 정의 따위 머릿 속에서 사라졌다. "너를 아끼는 애틋한 마음"은 내 자신의 상황이 앞선 선택으로 관계의 한계가 드러났다. 그렇게 그는 아저씨로 돌아갔지만 쇼타를 배웅하며 그렇게 버스를 따라 뛰었더랬다. 고감독의 말처럼, 정의할 수 없는 양면성이 가족이 아닐까 한다. 



- 그리고 마지막 장면, 쥬리 또는 린...



다시 고감독의 에세이를 발췌하자면,
 
'카메라 앵글이나 구도는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서툴게 배운 숫자 세는 법을 되내이는 쥬리 또는 린. 어딘가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으로 영화가 끝이 난다.
짠하고 눈에 어른거리는 이 꼬마가 더 보고 싶다. 그 시선을 더 보고 싶다.. 할 때 바로 끊어버린다. 
고감독의 의도는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그리고 그것이 고감독이 이 대상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과의 거리조절이 아닐까 생각한다. 쥬리 또는 린의 시선을 더 주었으면 엔딩은 신파가 되고 '어느 가족'을 그리워하는 린이라는 의미 부여가 되었을 것이다. 
이 시선은 “쥬리가 아닌 린의 시선이야” 라고. 짧지만 강렬한 그 컷 때문에 나는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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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버라이닝플레이북(2012) 명장면

말짱한 영혼은 가짜다.

손철주

 

 

망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단, 자신을 인정하고 1g이라도 더 나아지려는 이들에 한해서.

망가짐은 액체괴물처럼 어떻게 주무르냐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가 된다.

행복의 모양은 대개 비슷해도 불행의 모양은 제각각이듯이.

 

 

실버라이닝 Silverlinings : 구름의 흰 가장자리, 밝은 희망

플레이북 Playbook : 각본, 팀의 공수작전을 그림과 함께 기록한 미식축구의 전략책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조합해서 만들어진 단어의 의미는

한 줄기 빛과 같은 희망을 찾아가는 가이드북 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멘탈이 나간 남자와 여자의 힐링 로맨틱 코미디이다.

HE   "EXCELSIOR" 높이 더 높이를 되뇌이는 남자 팻. 욕실에서 아내의 외도 장면을 목격하고 외도남을 폭행한다. 8개월간의 정신병원에 갇혀있다 나온 그는 외친다.

"인생에 빛(silverlinings) 이 비치게 할거야. 열심히 할거야" 

아내도 떠났고 직장도 잃었다.

아내 니키를 찾겠다는 팻의 의지는 사실 집착에 가깝고, 설상가상 접근금지 상태다.

SHE   팻이 친구와의 식사 자리에서 소개받은 친구 아내의 동생 티파니.  

티파니는 남편 토니가 죽은 후 그에 대한 죄책감과 외로움으로 회사 동료 모두와 섹스를 해서 해고당했다.

"이전에는 걸레였지만 이젠 아니다. 내 안에 추한 부분이 있지만 그게 나고 난 나 자신을 사랑한다" 말하는 그녀. 이래서 주인공이구나 싶다. 매력적이야  

 

평범하지 않은 너와 나

팻은 검정 쓰레기 봉투를 몸에 쓰고 조깅을 하고, 티파니에게 “걸레”라는 욕설까지 내뱉는다.

티파니는 어떤가. 첫만남부터 팻에게 자자고 유혹하다가 여의치 않자 그의 뺨을 때리는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을 한다.

두 사람은 신경안정제, 정신과 약에 대한 공감대를 나누고, 서로의 약점을 돌직구로 지적한다.

 

씬 들여다보기  : 두 사람의 첫 데이트씬

저녁을 먹자고 먼저 제안했던 팻. 막상 예쁘게 하고 온 티파니를 보고 되려 의식한 그는 저녁을 먹자더니 건포도 시리얼을 시킨다.

 

- 왜 건포도 시리얼을 시켜?

= 이건 데이트가 아니니까

- 건포도 시리얼을 시켜도 데이트가 될 수 있어.

= 이건 데이트가 아냐

 

 

영상편집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sgGinWzjJQc

 

이 씬을 픽업한 이유.

제니퍼 로렌스와 브래들리 쿠퍼. 날 것과 거친 것의 에너지를 주고 받는 앙상블.

둘 다 미친 것 같은데 넘 매력적이야.

예측되지 않는 전개의 두 사람이 팽팽한 기싸움 같은 대화를 주고 받다가,

팻이 아내에 대한 마음을 터놓자, 티파니가 아내에게 편지를 전해주겠다 한다.

팻의 솔직함에 티파니도 자신의 망가짐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 몇 명과 잤어?

- 11명

= 여자도 있었어?

-응

= 어땠어?

- 뜨거웠지

 

진심을 털어놓는 공은 농구공이 아니라 탁구공이다.

은유도 상징도 밀도도 없는 그 가벼움이 좋다.

나처럼 망가진 영혼을 가진 그가 날 알아줄 거라 기대한 그녀.

그러나 그가 나를 미친 년 취급하고 "너랑 달라" 하며 선을 긋자 그녀는 돌아버린다.

핑퐁이 깨어지는 순간, 와장창.

 

 

말짱한 영혼은 가짜다.

 

이 문장이 따뜻한 이유,

이 영화가 따뜻한 이유.

 

"망가져도 괜찮아. 나 자신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돼" 라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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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최고의 이혼 명장면 - 6부 엔딩씬 "펑키하고 몽키한 패밀리가 될 수 없어"

 

 짐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우리 삶이 지상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우리 삶은 보다 생생하고 진실해진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쿤데라

 

 



오늘의 1일 1씬은 아껴두었던 나의 최애 씬을 꺼내보려 한다. 
가장 좋아하는 일본 드라마 작가의 가장 좋아하는 일본 드라마의 가장 좋아하는 씬. 



 



20퍼센트의 이성의 끈을 쥐고 80퍼센트의 감정덩어리에 눌려 살고 있는 나는,

본능적으로 나와 비슷한 드라마들을 좋아한다.

이성과 논리로 뇌를 풀가동 시키는 미스터리나 스릴러 드라마보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누군가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풀어놓는 드라마를 좋아한다.


대부분의 영화/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시작이 현명하던 멍청하던 나중에는 처음의 자신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된다. 

주인공들은 극의 전개에 따라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한다. 

예를 들면,  "가장 소중한 것은 나 자신", "너를 힘들게 하는 그 남자는 버려라", "권력 앞에서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야한다","소중한 것을 지키려면 용기를 내야한다" 등

그들의 선택은 여러 고난들을 맞이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그 선택이 옳은 경우가 많다. 

특히 권선징악이 뚜렷한 드라마를 볼 때면 인생 사는 법은 이보다 더 단순할 수 없어 보인다.

착하게 살면 되니까. 


그러나, 때때로 어쩌면 자주 나는 드라마 속 인물들 보다도 현실 감각이 약하고, 내가 하는 선택들에 확신이 없다.

그들이 흔들림 없는 선택을 할 때, 나는 그들의 선택에 대리만족하여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정작 나 자신의 현실로 돌아오면 같은 고민을 반복한다. 

그래서 때때로 어쩌면 자주 나처럼 엉망진창으로 꼬인 상황에서 허덕거리는 누군가를 볼 때,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최고의 이혼>은 명확히 후자이다. 

흔들리는 캐릭터들에 동질감을 느끼는 것을 넘어서 그들이 상황이 꼬여갈 때 더 흥분이 된다.

(그래서 어떻게 될거냐 너희들!!

내 안에 (괴롭힘에 희열을 느낀다는) 사디스트 기질을 발견하는 기분이다. 


<최고의 이혼>의 매력은 엉망진창이 된 관계가 더이상은 풀기 힘들어 가위로 잘라버려야하나 싶을 때, 하나씩 그 엉킨 실타래를 풀어가며 진짜 나와 진짜 너의 모습을 발견하는 데에 있다. 


(6부 엔딩씬. 전후 상황설명)

미츠오(에이타)와 유카(오노마치코)는 이혼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한 집에서 동거한다. 이들의 이웃에 미츠오의 첫사랑 아카리(마키 요코)가 이사를 온다. 

아카리는 막 결혼한 부부이지만, 아카리의 남편 료(아야노 고)는 혼인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는 문어다리 바람둥이다.

아카리는 료의 바람을 알면서도 모른 척 부인해왔지만, 정작 료가 자신의 바람을 시인하고 반성하자 참아왔던 감정이 폭발해서 료를 내쫓는다

미츠오는 첫사랑 아카리의 남편 료가 바람을 핀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길에서 집에서 쫓겨난 료와 료에게 화가 난 아카리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중재를 위해서). 미츠오의 전부인 유카 또한 이들의 관계(남편의 첫사랑, 남편의 첫사랑의 바람둥이 남편)를 다 안다. ..... 얼떨결에 한 식탁에 마주하게 된 네 사람. 


 

<최고의 이혼>의 명장면은 늘 테이블에서 탄생한다. 


이 씬에 부재를 붙이자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쿤데라의 소설 제목을 따오고 싶다. 

가까이서 보면 이 상황은 참을 수 없이 무겁다. 

엉망진창이고, 질척거리기도 하고, 아주 찐덕한 늪이다.

말할 수 없는 비참함, 분노, 공감, 미안함, 당황스러움 등 각기 다른 서로의 감정들이 한 공간을 채운다. 

그런데 이 장면을 멀리서 보면 보면 또 아이러니한 가벼움이 있다. 

서로가 주고 받는 럭비공 같은 대사의 향연이 유쾌하기까지 하다 

바람둥이 남편을 참던 고구마 아카리가 폭발하여 쏟아내는 화살같은 대사가 통쾌하기도 하고, 거기에 공감하며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유카가 짠하기도 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을 잡으려고 우르르 달려드는 럭비게임을 멀리서 지켜보는 재미. 
서로 다른 캐릭터와 서로 다른 입장이 럭비공 처럼 주고 받는 대사들 사이에서 폭발한다.

인물들이 보이는 자신의 밑바닥에서 진심이 드러나고, 진짜 본연의 모습 서로가 알게 된다. 

<최고의 이혼>이라는 역설적인 제목처럼,

"드러내지 않고 묻어두는 것이 가장 나쁘다"는 것. 

행복하지 않으면서 행복한 척 하는 것이 가장 나쁘다. 

행복하지 않으면서 행복한 척 하는 아카리의 분노가 폭발하며 카타르시스가 나온다.


또하나 이 씬의 백미는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미츠오가 적극적인 중재자가 된다는 아이러니함이다. 

모두 다 행복 따위 필요없어. 각자 살아. (평소에 미츠오의 태도와 비슷하다.)

라는 결론을 내릴 때,

미츠오는 말한다.


"그럼 여기 있는 모든 사람 행복할 수 없어요. 그럼.. 그럼..  펑키하고 몽키한 패밀리가 될 수 없다고!"


이 캐릭터라면 이럴거야. 그래야 개연성이 있지.

라는 내 얍삽한 예측을 빗겨나가는 순간! 

이들이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생생함과 진실됨이 내 도파민을 자극시켰고 나는 환호했다. 


거의 모든 사람은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서 방황하며 삶을 견뎌 나간다. 

복잡함, 그것도 인간을 설명하는 큰 개연성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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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디스이즈어스 명장면 - 시즌1 EP3 '윌리엄의 사랑'

 

밖에선

그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것

집에만 가져가면

꽃들이

화분이

다 죽었다

 

진은영, 가족

 

 

어린 시절, 화목한 가족의 그림을 그리라던지 가족들과 방학 때 즐겁게 놀았던 추억을 말해보라하면 늘 기분이 나빴다. 노동자인 아버지와 엄마는 늘 바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우리 집은 슈퍼를 했다. 크리스마스날 동네 어른들은 우리 집에서 산타의 선물들을 사갔지만, 나는 산타의 존재를 궁금해해 본 적도 없다. 단지 그들이 사가는 인형들은 갖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가지고 싶었던 인형들은 팔 물건이었지 내 것은 아니었다.

가족은 나에게 '다른 애들은 허용되고 나는 안되는 결핍을 주는' 대상이었다.

그러다 진은영의 <가족>이란 시를 만나고 나서, 나만 그런게 아니다. 위로를 받았다.

미디어가 그리는 전형화된 가족의 이미지는 그 의도와 다르게 때때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다.

 

<디스이즈어스>는 미국의 가족 드라마다.

나는 미국의 패밀리즘이 부담스럽다. 늘 행복해야하고, 아이들을 위해서 희생하는 멋진 엄마 아빠의 이미지는 단지 보여주기 식의 이미지 처럼 느껴진달까.

우리 이만큼 행복해요, 라는.

이 드라마가 좋았던 점은, 가족보다 그 가족을 이루는 개별적 개인에 집중을 하기 때문이다. 잭과 레베카는 부모이다. 그러나, '부모'로서의 그들이 아닌, 흔들리기 쉬운 인간으로서의 그들을 보여준다.

 

우리 모두는 완벽하지 않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다. 부모가 자식에게도 상처를 주고, 자식도 부모를 상처 입힌다.

그러나, 노력한다. 그래서 따뜻하다.

난 그러한 <디스이즈어스>의 따뜻함이 좋다.

어떤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도 가족에 대한 동경의 이미지가 생기지 않았지만,

<디스이즈어스>를 보면서 저런 따뜻함을 만들고 싶다, 는 생각이 들었다.

 

<디스이즈어스>의 최애캐는 '완벽하지만 완벽하려고 노력했던 아빠'인 잭 이지만, 더불어 '쓰레기 아빠'였던 윌리엄도 좋아한다.

예술과 친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지만 진정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배려심을 갖고 있는 윌리엄. 떄때로 윌리엄이 주는 삶에 대한 통찰은 가슴을 울린다.

 

본격적인 1일 1씬 (1일 1씬을 시도하지만, 나의 게으름으로는 1주 1씬이 되지 않을까한다..)

 

<디스이즈어스>의 명장면은 너무 많아서 꼽기 힘들다.

이 포스트에서 인상적인 씬으로 뽑은 장면은 연출이 좋았던 장면 중 하나이다.

오늘의 1일 1씬 : 미드 <This is us> 시즌 1의 Ep3의 오프닝씬)

 

 

윌리엄의 과거를 소개하는 몽타주.

'버스'라는 장소를 통해 시를 사랑하던 청년 윌리엄이 랜달의 엄마를 만나고, 사랑하고, 랜달만이 남겨진 과거를 보여주는 한 씬.

버스에 타는 윌리엄, 반듯한 글씨로 적은 시, 그녀를 발견하고 시간이 느려진 듯한 슬로우, 버스에 올라타는 같은 행동과 그녀가 있는 다른 상황 반복, 약에 취한 그녀, 제대로 쓰지 못하는 시, 그리고 불안한 눈동자의 울고 있는 윌리엄과 남겨진 아이.

 

1분 30초 여의 시간으로 짧은 시간 동안, 따뜻하며 쓸쓸함을 주는 음악과 함께 군더더기 없이 설명을 한다.

 

Opening scene Montage of William riding the Swissvale bus, writing poetry in a notebook & meeting Randall/Kyle's mother
OST : Blues Run the Game - Jackson C. Frank

 

 

간혹 설명을 위한 씬들이 본 목적을 잃고 극을 잡아먹는 경우가 있다.

잘 만든 한 몽타주가 10씬의 설명을 대체할 수도 있다.

 

 

 

+ 미드 <디스이즈어스 this is us>를 안보신 분들은 시즌 1의 1회만 일단 보길 바란다. 이 착한 드라마의 매력에 빠져들어 그 이후는 알아서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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